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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할머니들 운명전에 日사과 받아내야

안신권 소장 "정부는 할머니들 운명전에 日사과 받아내야"

매일경제 | 입력 2011.10.04 17:11 | 수정 2011.10.04 19:51




"지난달 19일 또 한 분의 위안부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이제는 길어야 5년이에요." 지난달 20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만난 안신권 소장 표정이 어두워 보였다. 이곳에서 11년째 의료ㆍ복지 활동을 펴면서 위안부 할머니 20명을 모시며 '위안부' 문제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있지만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 소장이 말한 5년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는 데 남은 시간이다. 안 소장은 "현재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들 평균 나이가 87세이고 나눔의 집에서 가장 어린 분이 84세"라며 "이분들이 살아계시는 동안 반드시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위안부 청구권 협의 제안을 거부했다. '1965년 한일협정과 함께 피해자 보상이 끝났다'는 것이 일본 정부 논리였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비겁한 책임 회피"라고 비판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 문제가 한국과 일본에 처음 알려진 시기가 1987년"이라며 "당시 일본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몰랐거나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과 관계없이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논의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고 했다. 또 그는 "협정 문건에 '문제가 발생하면 양국이 재협약을 한다'는 조항이 있다"며 "당시 논의되지 않은 부분을 다시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안 소장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꼽았다. 일제 당시 일본에서 강제 노역에 시달리던 한국 근로정신대 피해자 8명이 2009년 말 후생연금 탈퇴수당으로 1인당 99엔을 받았다. 약 1277원으로 캔커피 한 개 정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반면 일본 정부는 중일전쟁 당시 중국인 피해자 5명에게 2010년 보상금으로 2억엔, 약 21억원을 지급한 적이 있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안 소장은 중국 정부와 기업들 노력 때문이라고 했다. "과거사를 해결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며 강하게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우리 정부도 이제는 피해자 사례 수집이나 조사만 하지 말고 일본 정부에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안 소장은 원래 야간대학원에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런 그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송월주 스님, 혜진 스님과의 인연 덕분이다.

안 소장은 "종교를 초월해 사회 활동에 헌신하는 송월주 스님 모습을 보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2000년 말 처음 만난 혜진 스님에 대해 안 소장은 "나를 나눔의 집으로 이끈 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함께 일할 사람이 없다는 혜진 스님 이야기에 내 일처럼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또 그는 "야간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는데 '복지 분야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설득에 넘어갔다"고 했다.

전문가답게 안 소장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긴다. 대표적인 것이 방 면적이다. 이곳 생활관은 160평으로 일반 복지관에서는 30여 명이 동시에 생활하는 규모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위안부 할머니 8명만이 생활한다.

그 이유에 대해 안 소장은 "비효율적이지만 이분들 고통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곳에 계신 분 대부분이 어렸을 때 '돈이나 먹을 것을 준다'는 거짓말에 넘어간 분들이다"며 "넓은 곳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야 정서적으로 안정된다"고 설명했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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